티스토리

401호
검색하기

블로그 홈

401호

00401.tistory.com/m

!?!?

구독자
0
방명록 방문하기

주요 글 목록

  • 착각 아무래도 나는 내안에 있는 어떠한 무게들을 덜어내고자 요 근래 그렇게 가라앉곤 했던 것 같다. 내가 가진 마음에는 바닥이 없고, 빛은 언제나 수면 근처에만 일렁 거리므로 이럴때면 곧잘 나는 아무것도 모르게 된다. 하지만 폭풍은 지나가고 고요함이 남았다. 미래는 다시 또 다른 가능성으로 다시 반짝이고 나에게는 아직 시간이 많이 있다. 많은 것을 가져보지 못한 나는, 나를 뚫고 지나가는 과거와 미래를 무한하다고 여기며 그것들 사이에서 조금의 가능성을 찾아내기 위해 그렇게도 열심히 자세를 고쳐대었으나 -그리고 나는 그럴만한 능력이 충분히 되었으나- 그것들은 무한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들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며 나를 통해서만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들이었다. 나는 온전히 나를 통해 무한을 받아들이고 그.. 공감수 0 댓글수 1 2016. 3. 14.
  • 의심 .내가 만약 언젠가 슬픔에서 해방될 수 있다면 그 해방이 주는 기쁨은 아마도 슬픔의 크기와 비례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기쁨의 크기를 내가 가질 수 있는 슬픔의 크기로 짐작 하려는 시도는 정당할까? 나는 나의 기쁨을 정당화 하기 위해 굳이 슬픔을 먼저 이야기 해야만 하는걸까? 결국 나는 나의 슬픔을 스스로 설득하는 사람인걸까? 모든게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나는 의심한다. 한 사람의 사랑의 크기는 그 사람이 스스로 견딜 수 있는 고통에 비례하는건 아닐까? 하고, ..아마도 나는 감정을 감정으로 받아들이는 정상적 행동을 너무나도 오래 등한시 했던 것 같다. 물론 받아들여지지 않은 감정들은 절대로 없어지지도 않고 매일 밤 잠든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수많은 그냥 그런 시간들 가운데 사랑은 언제나 .. 공감수 0 댓글수 1 2016. 3. 4.
  • 아침에, 이틀쯤 힘든밤을 보내고 아침에 나와 운전석에 앉았다. 창문에는 눈 꽃이 피어있었고, 나는 그것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가능하다면 눈 꽃을 없애버리지 않고 출근하고 싶었는데 그것들이 내 시야를 너무 가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는 그것들을 녹여내야했다. 히타가 눈꽃을 녹여내는 사이 나는 살기 위해, 사실은 대충 편하기 위해 출근했다. 눈 꽃 때문에 출근을 못하게 되는 일은 아직 내 상식선 상에서는 벌어지지 않는 일이지만, 그런 나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착한 눈 꽃들은 다 녹아서 없어져 버린 후에도 나름의 흔적으로 남아 주었고, 나는 그것을 보며 남겨진 마음에도 의미가 있는건 아닐까? 하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그런 건 아무런 위로가 되어주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들은 어떤 체념을 가속화하려는.. 공감수 0 댓글수 1 2016. 2. 24.
  • 눈금에 대한 이야기 간만에 한국에 돌아와 영어공부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B가 아침에 화가 난다며 카톡을 보내왔다. B는 특유의 용기와 민감함을 이용해 사진으로 먹고 살 궁리를 하는 실로 보기드문 사람이다. 비전공자인 한 그가 아마도 충분히 사진으로 먹고살 수 있을 것 같은 동네는 심지어 우리나라도 아니다. 아무튼간 B는 사진을 찍거나, 찍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이 들어가는 국내 모 커뮤니티의 게시글의 링크를 세개나 보내며 자기가 지금 영어공부를 위해 읽고 있는 BBC와 뉴욕타임즈 보다 이 게시글들이 비현실적인 것 같고 게시글에 참여하고 있는 모두가 조금 미친것 같다고 했다. 사람들은 이 글에서 은행원의 연봉과 그들, 혹은 다른 직장인들의 원천징수액과 실수령액의 차이를 여러가지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주장은.. 공감수 0 댓글수 2 2016. 2. 17.
  • 어떤 밤, 무언가를 남기고 싶지만 아무것도 남길 수 없는 밤이 당장 어깨에 얹혀있다. 무언가를 남기고 싶지만 아무것도 남길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내가 무엇이든지 간에 명확히 알지 못함이다. 명확히 알지 못함은 내 머리의 바보 같음이 가장 큰 아유겠지만, 그런 바보같음이라도 남기고 싶은 때가 있다. 나의 바보 같음도 나름의 생각을 하지만, 그 여러가지 생각들을 착실하게 화해시켜 또 그 나름대로의 쓰임에 맞게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지는 못하므로, 생각들은 금새 부서지고 무너져 맥락을 구성하지 못하고, 이것들은 그냥 나를 괴롭게 하는 것 말고는 아무런 쓸모가, 결국 내가 하는 말은 아무것도 아닌게 되고 어쩌면, 당연히, 나도 아무것도 아닌게 되고 따라서 모든건 당장은 아무것도 아닌게 되지만, -여기서도 나는 내.. 공감수 0 댓글수 1 2015. 7. 29.
  • 반항 . 장기적으로 볼때 우린 모두 죽는다고, 어떤 똑똑한 사람은 말했다. 나는 그 사람을 만나본 적도, 그 사람이 쓴 책을 읽어본적도 없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 무슨뜻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아마도 해봐야 아무것도 되지 않으니 모든게 쓸데없는 짓일 뿐이라고 하는 어떤 사람들을 비웃기 위해 했던 말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할 수는 있다. .. 나는 내가 언젠가 죽을 것임을 알고, 그래서 아무리 사랑스러운 성공을 지향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결국에는 궁극적인 실패로 끝나게 될 것을 안다. 또한 내가 사랑하던 모든 것들도 오래지 않아 사라질 것을 안다. 사라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나는 끝내 그것들과 접할 수 없는 처지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안다. ... 아무리 해봐야 바뀌는건 없다. 열정은 .. 공감수 0 댓글수 2 2015. 5. 2.
  • 평균적으로, 강가의 돌을 연구하는 학자는 부지런히 돌을 백개쯤 골라서 무게를 잰다. 그리고 그것의 평균을 낸다. 결국 숫자를 알게 된 똑똑한 학자는 강가의 돌에 대하여 남들보다 많이 알게 되었다고 기뻐한다. 아마 돌에게 자신의 평판에 대해 신경쓸 수 있는 능력과 오지랖이 있다면 학자의 숫자에서 많이 벗어나는 돌들은 그날 밤 잠 못 이루며 자신의 무게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것이다.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일은 언제나 슬픈 일 이다. 또한 언젠가 불행한 사고로 인해 돌들이 서로를 미워하게 된다면 자신에 대해 굳이 생각할 필요가 없는 돌들은 서로 힘을 모아 그것이 아닌 돌들을 구박할 수도 있을 일이다. 하지만 강가에는 완벽히 똑같이 생긴 돌이 없거나 통계적으로 무의미 할 갯수로 존재한다. 또 조금만 사실을 주시하면 평균에 정.. 공감수 0 댓글수 6 2015. 4. 26.
  • 과소평가 얼마전 J를 만나 맥주를 두잔이나 마셨다. 성공한 직장인의 전형을 보이고 있는 J를 잡고 나는 말했다. 40이 넘으면 나보다 늦게 들어왔을 뿐인 사람들을 착취하는 것이 유일한 생존의 방식이 되는 지금의 구조를 받아 들이는 것은 아마도 나의 판단력에 가장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적어도 지금의 나에게는 그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직장에서 성공하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물론 부지런히 대안을 찾아야 겠다고, 수년쯤 미뤄놓고 있는 대안을 설명하는 일도 빼놓지 않았다. 그 부분에서 아직 절망하고 있지 않는 제스쳐를 취하며 꽤나 자랑스럽게도 이야기 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야 비로소 형태를 가지게 되는 이 대안을 위해 나는 오늘 아무 일을 하지 않았으므로 이것은 직장생활에 대한 대안이라기.. 공감수 0 댓글수 4 2015. 4. 1.
  • 기타를 치고 싶은 마음 기타를 치는 일과 기타를 치고 싶어 하는 마음을 품는 일은 아주 다른일이다. 오히려 기타를 치고 싶은 마음은 대부분 기타를 치는 일을 아주 어렵고 복잡하게 만들어 버린다. 왜냐하면 기타를 치고 싶다는 마음은 한 3분, 조금 컨디션이 좋다면 한 10분 정도 집안 한 귀퉁이에 앉아서 -나는 좁은 가운데에서도 이곳을 참 편하게도 꾸며 놓았다.- 기타를 치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기타를 잡는 순간 여태껏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어떤 마법같은 일이 일어나 왜인지 나도 모르는 어떤 멋진 소리들이 나에게 들려주었으면 하는 일종의 허구적 바램이기 때문이다. 기타가 멋지거나, 콘덴서 마이크가 있다면 조금 더 괜찮게 속을 수 있다. 내가 지금 당장 기타를 치고 있다면, 혹은 기타치고 있는 나를 그다지 멀지 않은 미래에 희.. 공감수 0 댓글수 2 2014. 11. 30.
  • 스위치와 눈 직장인인 간수는 생존을 위해 일을 하는 것이고 나에게는 무슨수를 써서라도 지켜내야할 소중한 것들이 있으며, 내 인생에서 선택이라는 은총은 한번도 주어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것이 진실이라면 간수에게 있어 폭력의 행사는 숙명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는 왠지 나쁜 사람이 되기가 싫었다. 간수는 가족들에게 자신의 숙명을 들키는 것이 싫다. 그래서 그는 특별한 방식의 노력을 한다. 그가 억압해야하는 사람과 사랑해야 하는 사람들의 무리를 엄격하게 구분하고 하루에 두어번씩 그것에 맞춰 자신을 변경시키기로 한 것이다. 때때로 그는 직장에서 끔찍한 일들을 해야했다. 하지만 그는 이제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날에는 그의 무리에게 유달리 사랑스러운 봉사를 하는 것으로 안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노력은 긴.. 공감수 0 댓글수 0 2014. 11. 4.
  • 부족함과 배려함 나는 100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엄마는 50원밖에 가지고 있지 못하다. 엄마보다 나를 사랑하는 나는 100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엄마는 힘든 표정으로 50원을 준다. 나는 50원을 받음으로써 100원이 부족한 사람에서 50원이 부족한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엄마는 내가 원하는걸 모두 들어주지 못한 나쁜 엄마가 되었다. 엄마는 나쁜 사람이므로 나는 나의 50원 없음을 엄마의 탓으로 돌려야 하며 사람들도 나의 50원 없음이 아닌, 엄마의 100원 없음을 비난하게 될 것이다. 나는 100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엄마는 50원밖에 가지고 있지 못하다. 나보다 엄마를 사랑하는 나는 50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엄마는 힘든 표정으로 50원을 준다. 나는 50원을 받음으로써 100원이 부족한 사람에서 50원이 부족.. 공감수 0 댓글수 2 2014. 10. 8.
  • 괴롭 며칠동안 괴로웠다.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일로 나는 끔찍한 꿈을 꾸기도 했고 즐거운 사이에서도 사건들을 생각하며 가슴과 목사이를 답답해 하기도 했고 문득 복수하고도 싶다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선 그러니 간만에 이제 그만 사는 수 밖에 없다고 기어이 생각하기도 했다가. 나와 비슷한 운명의 수많은 사람들의 표정은 없거나 극적이다. 그래서 나는 남들은 이것을 아무것도 아닌것이거나 적어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여길것이라고 추측한다. 하지만 나는 괴롭다. 괴로움은 나에게 가끔씩 반짝이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반짝이는 것들은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다. 혹은 나는 반짝이는 것들을 추구하면서 살아가는 법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 예방한 어떤 반짝이는 삶의 모습들을 훔쳐보며 새삼 놀.. 공감수 0 댓글수 0 2014. 10. 6.
  • 화분 마트에서 충동구매한 화분이 금방 시들해졌다. 아마도 볕이 잘들지 않는 곳에 화분을 두고 거기다 물도 제때주지 않아서 그럴 것이다. 화분을 죽여본적이 몇번 있어서 아무래도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해가 드는 베란다로 자리를 옮겨 주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화분에 물을 얼마나 줘야하는지를 모르고 있단 사실을 알았는데, 그건 내가 화분을 충동구매할때 담당직원이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으나 화분에는 그 식물의 이름이 쓰여져 있고 나는 컴퓨터를 가지고 있으므로 화분의 생존을 위해 3분 남짓의 시간을 내지 못했다는 것이 조금은 더 사실에 가까울 것이다. 미루어 짐작해 보니, 나는 화분을 키우고 싶었다기 보다는 화분을 사는 기분을 느끼고 싶었나보다. 화분에는 생물이 자라고 있는데 이럴때 보면 새삼 나는 제정신이 아니다... 공감수 0 댓글수 2 2014. 9. 30.
  • 어떤 해결책_레퀴엠 세상에는 애써 스스로 그렇게 여기지 않는 한 멋진 일이 없거나 드물고, 더이상 나는 존재 자체로 박수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기억은 언젠가 내가 그랬던 사람이라는 사실을, 혹은 꼭 그랬어야 했다는 좀 더 우울한 사실을 근거로 그것의 추구를 강요한다. 그것에 대한 요청은 일생을 함께하며 끊임이 없고 집요하다. 하지만 아직 시간을 거스를 수 있는 사람은 없으므로 모두는 언제나 풀리지 않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강요당하며 살고 있는 셈이다. 그것의 추구, 말하자면 해결책의 역사는 사람의 역사이며 해결책은 상황에 따라 여러가지의 방식을 가질 수 있으나 어떤 해결책도 영구적으로 지금의 나를 내가 아닌 것으로 만들 수 없으므로 해결책의 유효기간은 문제의 지속성에 비해 터무니 없이 짧다. 그래서 우리 .. 공감수 0 댓글수 0 2014. 9. 28.
  • 여름휴가 축복에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지만 사노비로써 사노비법에 정해진대로 연차를 모두 쓸 수 있다는 것도 분명히 축복의 한 종류가 될 것이다. 또한 그걸 다 돈으로 받지 않아도 될 만큼 경제적으로 무능하지 않거나 무심한 것도 포함해서, 혹은 돈으로 받을 수 있다는 점을 포함해서, 다만 이 모든것을 나에게 주어진 축복이자 행운이라고 생각하는 대책없는 비굴함을 전제로, 나는 이번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주일동안 연차를 냈다. 연차를 내기 위해선 연차사유와 행선지를 입력해야 한다. 떄마침 여름이라 연차사유는 하계휴가라고 할 수 있었지만 주말에 있는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도서관에 가기 위해서 휴가를 쓴 것이기 때문에 행선지 부분을 뭐라고 쓸까 고민하다가 그냥 산본동이라고 했다. 승인이 났기 때문에 나는 이번 일주일 동.. 공감수 0 댓글수 4 2014. 7. 31.
  • 경주 애매함과 모호함을 사랑하는 일, 그만큼 운명을 믿는 일, 그래서 침묵하는 일, 결국 절망하는 일, 혹은 모든게 그저 주파수가 맞는 둘사이에 껴있는 혼자인 사람에 대한 일, 나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일, 나에 대해서 절대로 이야기 하지 않는 일, 그래서 내 입은 언제나 내 이야기 만을 한다는 뻔한 사실을 기만해 보는 일, 무엇보다도 거리를 지키는 일, 하지만 그것이 우위를 점하기 위함이 아닌 적어도 도의에서 비롯 된 것 임을 보이는 일, 하지만 그 일이 도의를 가짐이 아닌 도의를 가짐을 보이기 위한 장치라는 사실을 순간 잊음으로 장치의 효과를 극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일, 말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말하지 말아야한다고 인용하는 일, 하지만 말할 수 없는 것들은 언제나 아름답다고 반항하는 일. 죽음에.. 공감수 0 댓글수 0 2014. 7. 26.
  • 희망적인 아픔 나보다 크기도 작고 힘도 약한 바퀴벌레나 모기가 때때로 무서운 이유는, 모종의 이유로 나와 그들의 삶이 겹쳤을때, 그래서 그들의 삶을 끝내버려야 하는 입장이 되었을때, 나의 삶이 하나도 아프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를 은연중에 가지고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하루도 아프지 없는 날이 없지만 이상하게도 대부분의 시간에 나는 내가 하나도 아프지 않을 것이라고 대책없이 낙관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햇살이 좋은날이면 아주 기분이 괜찮아져서 모든것이 이제는 그저 흔적으로만 남았다고, 산다는건 원래 아픈거 아닌가!?!? 하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곤 했다. 물론 이제 괜찮은 아픔은 절대 아픔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므로 이러한 혼잣말은 그냥 내가 지금 당장은 조금 괜찮다는 표시이고 당연히 이것은 조만간 다.. 공감수 0 댓글수 2 2014. 6. 28.
  • 노예와 진리 큰 노예가 작은 노예에게 너는 왜 그렇게 당당하냐고 자꾸만 뭐라한다. 작은 노예의 손에는 지난밤 얻은 약간의 진리가 실오라기 처럼 감겨있다. 지난밤 작은 노예에게 진리는 말한바 있다. 나의 진리가 너에게 자유를 줄 것 이라고 참으로 진지하게도 이야기 했다. 진리는 자유를 준다는데, 작금의 시점에서 작은 노예의 진리는 언제나 죽음의 가능성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만 열려있어 작은 노예는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작은 노예는 성실하므로 진리가 말한대로 큰 노예 인생의 망침을 자신의 인생의 망침에 근거로 삼지 않기 위해 참 열심했다. 작은 노예는 큰 노예를 매일 쳐다봐야만 하는 입장이므로 그런 종류의 열심은 언제나 작은 노예에게 죄책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죄책감은 작은 노예를 점점 혼자로 만들지만 왠지 의.. 공감수 0 댓글수 2 2014. 6. 13.
  • 망상 나는 카카오톡을 한다. 휴대 전화기를 쳐다보고 있는게 싫어서, 혹은 아무래도 그게 내 삶을 갉아대고 있는거 같다는 망상이 들어서 일부러 오래된 기계를 사용하고 있지만, 그래서 꽤 남들보다 오래동안 안하긴 했지만, 끝내 나는 카카오톡을 했고 그게 참 편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질 수 없다고 생각해 항상 모든 알람을 꺼놓지만 알람에 대한 기대감을 꺼놓는건 사람의 능력밖이라 나는 자주 기웃거린다. 이러한 기웃거림의 양과, 알람이 있다면 그것에 쏟게 될 주의의 양과, 혹은 굳이 그것을 따져야 하는 강박의 양을 저울질 하는 일은 아마도 숙면을 위해 꼭 필요한 작업이겠지만 이것은 왠지 내 능력 밖의 일이다. 달팽이는 우리의 기대와는 다르게 껍질을 자기의 일부라고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달팽이는 자기가 껍질.. 공감수 0 댓글수 2 2014. 6. 11.
  • 무심함 서울역에는 노숙자가 있다. 이상하게 나는 그들이 싫거나 밉거나 하는 대신 그들을 무서워 한다. 일반적으로 무서움이란 나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거나 혹은 입힐 것 같아 보이는 대상에 대한 감정이라고 나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나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입힐 가능성은 거의 없다. 보통 지나가는 사람에게 품을 수 있는 최대한의 의심은 그들이 모종의 이유로 나의 것을 빼앗거나 때리거나 하는 것인데 노숙자들이라고 그럴 우려가 특별히 더 많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오히려 대부분 영양상태가 좋지 않을 것이므로 효율적으로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가능성은 보통 적다고 봐야한다. 기껏해야 한두미터 이하로 접근하지 않으려하거나 혹여 눈이라도 마주칠까봐 모른척 무심하게 지나치는 것이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그들과의 .. 공감수 0 댓글수 0 2014. 4. 25.
  • 사실들 . 금요일 퇴근시간 매일 타고 다니는 버스의 앞을 막은 그랜져가 있었다. 버스 기사는 길게 경적을 울렸고 욕을 했으며 차는 꿈쩍하지 않았다. 이윽고 버스는 차선을 넘어 차를 비켜갔고 다시 또 욕을 했으며 나는 이상하게도 운전이 더욱 더 거칠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버스와 차가 마주친 시간, 혹은 버스가 차에 의해 막힌 시간은 길게 잡아야 15초 남짓이었다. 버스에는 나도 있었고 학생도 있었고 노인도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기사가 자신의 직업을, 아니면 다른 사람들의 안전을 걸고 그렇게도 경적을 울려대며 얻으려 했던게 무엇이었든지 간에 그 15초는 아니었던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 날 나는 그저 그일로 인해 과잉되어 유난히 끔찍함을 느꼈을뿐, 이런건 내가 사는 도시에선 사실 특별할 일도 아니다. .... 공감수 0 댓글수 3 2014. 4. 21.
  • 무식과 봄 화요일과 금요일 저녁에 한시간씩 학원에 가서 피아노를 배운지 한달이 조금 넘었다. 집에서 길게 잡아도 5분만 걸어가면 피아노 학원이 있는데 학원에 등록하기 위해서 나는 학원 창문을 한 3년은 쳐다봐야 했다. 또 '배워야 겠다!' 고 결심하곤 학원 창문에 쓰여진 전화번호를 핸드폰에 입력하고 다시 또 두어달이 넘어서야 진짜로 학원에 다닐 수 있었다. '나는 피아노를 배우고 싶은 사람이지만, 혹은 배워야 하는 사람이지만 내가 피아노를 배워도 되는 사람인가?' 에 대한 나름의 답변을 준비하는데 한 3년하고도 몇개월이 걸린 셈이다. 지난 3년간 나는 변함없이 직업이 있었고 대부분 시간에 맞춰 출퇴근 했으며 일주일에 두시간도 못낼만큼 바빠본 적이 한번도 없으므로 이런 결론을 내리는데 3년씩이나 걸렸다는건 참 황당한.. 공감수 0 댓글수 4 2014. 4. 7.
  • 현실적인 이야기 용기있는 사진가 B는 언젠가 요새 이야기 되고 있는 현실적이라는 말만큼 비현실적이란게 없다고 했다. 나도 동의한다. 구글신, 혹은 인터넷은 모든 것을 알고 있으므로 그것을 믿는 우리들은, 우리들의 성공을 남들의 수많은 성공과 끊임없이 비교할 수 있는 힘을 가진다. 비교하는 개인은 자신에게 찾아온 소소한 성공을 참담한 실패로 여기거나 남의 작은 성공을 혹은 실패를, 그것도 아니면 그냥 아무것도 아닌 사건을 나 따위는 감히 할 수 없는 어떤 거대한 성취로 여길 수도 있다. 이러한 비교 작업에 몰두하다 보면 성공이나 성취는 어느새 절대로 내가 다다를수 없는 것이 되는데, 사실 이건 당연한 일인 것이 슬프게도 대부분의 우리는 남의 머리속을 맘대로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이 없고 한계성이라는건 사람이 가진 가장 본질.. 공감수 0 댓글수 1 2014. 4. 3.
  • 사진전 1,2 사진전1. 어떤 오래된 사람은 아름다움이란 결국 종의 보존을 위한 의지의 작용이라고 했다. 그 말에 따르면 각선미라는건 우리가 직립보행을 해서 존재하는 것이고 젊은 여자가 좋은 이유는 아무래도 건강한 후손을 가질 가능성이 높아서 그렇다는 것이다. 그 사람은 그래서 젊은이들이 그런것에 휘둘리지 말기를 바랬다고 한다. 어떤 다른 사람은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조금은 불충분하지 않겠냐고 하는데, 말하자면 아름다움에는 앞서 말한 신체적인 요구 이외에 다른것, 이를테면 어떤 감정적인 부분도 있다고 하며 이런것들은 사실 억압에 대한 반작용 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어느 시인은 모든 병적인 것이 아름답지는 않지만 어떤 병적인것은 아름답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나는 아름다움의 기준을 가임성과 나에게 없는 우수한 형질의 획득 .. 공감수 0 댓글수 3 2014. 1. 28.
  • 외계인의 시선 돈은 오래전에 교환의 매개체로써의 지위를 반납했다. 통장잔고를 털어 그렇게도 가지고 싶어하던 물건을 사는것 보다 내가 살 수 있는 것들의 목록을 작성하고 그것을 상상하며 기뻐하는 일이 실물이 주는 즐거움 보다 언제나 크다. 사고 싶은 것을 마구 사들이는 사람은 은연중에라도 약간의 죄책감을 느껴야 하고 주변에서는 그의 경제적인 사정을 수시로 예리하게 분석하며 비교하고 기회만 되다면 적절히 위협적인 제스쳐를 날릴 준비를 하고 있다. 또 열심히 저축하며 자신의 행복을 여전히 유보시키고 있는 사람들은 성실하고 근면하다고, 무엇보다 주변 사람들의 자존감에 위협이 되지 않는 존재이므로 역시나 관대한 대접을 받게 된다. 결국 돈은 실물을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닌 액수에 비례하여 내가 얻을 수 있는 힘의 크기를 상징하게.. 공감수 0 댓글수 6 2014. 1. 23.
  • 초보자 인생 타자는 공을 보고 치지 않는다. 시신경에서 전송된 신호를 해석하여 스윙을 하라는 명령이 온몸에 전달되어 실제 움직임이 가능한 시점까지의 시간이 공이 투수의 손에서 빠져나와 타석에 이르는데까지 걸리는 시간보다 길기 때문이다. 흡연자의 경우 담배에 손을 뻗는 순간이 담배를 피워야 겠다고 생각하는 순간보다 항상 빠르므로 흡연에 대한 통제력은 사실상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 그러므로 좋은 타자들은 동체시력이 좋은 사람들이라기 보다는 꾸준한 연습과 더불어 투수의 성향과 게임의 패턴을 잘연구해왔으며 무엇보다 도박에 강한 사람들이다. 또 흡연자의 경우를 보면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에 담배를 피우는게 허용되지 않으므로 그들의 절제는 선택되어진 것이 아니라 강요 당한것 이라고 해야한다. 하지만 타자는 자신이 공을 고르고 .. 공감수 0 댓글수 4 2014. 1. 21.
  • 캡틴 필립스_동의서 이번 소말리아 해적 팀의 우두머리는 화물선을 약탈해 번 돈으로 미국에 가서 자동차를 살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온갖 역경을 헤치고 각자 나름의 업무에 성실했던 그들에게 던져진 결과는 죽음과 감옥이다. 목숨을 건질 수 있는 유일한 길이 투항임을, 그리고 거기에는 어떤 타협의 여지가 있어 보임을, 어쩌면 그것이 미국에 가서 자동차를 살 수 있는 유일한 기회임을 그는 끝내 알지 못한다. 이렇게 그들이 실패할 자유조차 가지지 못한 이유는 일찌감치 도망쳐 버린 보스가 너무나 무섭기 때문이었다. 얼마 전 회사는 나를 나의 향후 10년 근로소득을 훌쩍 넘는 정도의 돈을 받으며 다른 회사에 매각한다고 했고 과정에선 거짓말이 있었으며 나는 그것이 매우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도 해고가, 창피가, 또 모르겠는 어떤.. 공감수 0 댓글수 1 2013. 12. 24.
  • 더 사랑하는 사람이 패자라고 하는 사람이 언제나 패자인 이유 서운함이란 감정은 아마 상대에게 조건없이 제공했다고 생각되는 어떤 호의를 다시 되돌려 받지 못함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어떤 호의에 대한 주는 쪽과 받는 쪽, 혹은 줬다고 생각하거나 받았다고 생각하는 쪽의 감정의 크기는 지극히 상호 배타적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보여주었던 호의는 적어놓지 않았다면 -이것도 나름의 문제가 있겠지만- 기억에 의존 할 수 밖에 없는데 우리는 벌어진 사건의 온전한 진실을 기억할 만한 능력이 거의 없다. 기억은 언제나 감정의 하수인 노릇을 해왔을 뿐 우리는 객관적인 기억을 유지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적이 한번도 없었다. 거기다가 삶속에서 어떤 오류에 대해 사사건건 의심하고 고민하는게 피곤한일이라 그런지 우리들의 마음은 항상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기억을 해석함으로써 본인에게 어떤.. 공감수 0 댓글수 0 2013. 10. 29.
  • 제주도 여행 혼자 2박 3일로 제주도에 다녀왔다. 공항에 저녁쯤 도착해 애월의 유명하다는 게스트 하우스를 찾아가 짐을 풀고 항구로 구경을 갔다. 운이 좋아서 가는 길에 우연히 만난 동네 할아버지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할아버지의 처가는 용산에 있다고 한다. 항구는 밤이라 그런지 아니면 원래 그런 것인지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천천히 이곳저곳 돌아다니다가 그냥 눈앞에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 갈칫국을 먹었다. 맛있게 밥을 먹고 나오니 별이 생각보다 너무너무 많아서 놀랐다. 다음 날 아침에는 현무암투성이의 해변 길을 한참 걸으며 마일즈 데이비스를 들었다. 한 곡이 20분쯤 되는 이 앨범을 들고 다닌 게 못돼도 1년은 된 거 같은데 한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듣기는 또 처음이다. 둘째 날은 우도에서 묵었는데 관.. 공감수 0 댓글수 2 2013. 10. 13.
  • 잉크모니터와 인코그니토 10년쯤 된 이야기, 당시 스무살이었던 A는 잉크모니터의 음악이 진짜 좋다고 했다. 생각해보면 그 당시에는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우린 무슨 노래를 하나 들어도 노래가 주는 감동보다는 그것에 대해 남들에게 떠드는 걸 좋아했던거 같다. 멋진 음악에 대해 주변 사람들에게 처음 이야기 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지기 위해선 그걸 주변 사람들 보다 먼저 듣는게 무엇보다 중요했고 그것이 뭔가 있어보이는 곡일수록 우린 더욱 더 우쭐 할 수 있었다. 자미로콰이라던가, 포티쉐드라던가, 제프버클리라던가... 아무튼 그 있어보이는 잉크모니터라는 밴드는 아직도 구글링에 나타나지 않으므로 아마 인코그니토라는 밴드를 말했지 싶다. 그리고 이 기억에는 딱히 확실한 증거가 없으므로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사실은 실제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공감수 0 댓글수 4 2013. 10. 9.
    문의안내
    • 티스토리
    • 로그인
    • 고객센터

    티스토리는 카카오에서 사랑을 담아 만듭니다.

    © Kakao Co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