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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모니터와 인코그니토

 10년쯤 된 이야기, 당시 스무살이었던 A는 잉크모니터의 음악이 진짜 좋다고 했다. 생각해보면 그 당시에는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우린 무슨 노래를 하나 들어도 노래가 주는 감동보다는 그것에 대해 남들에게 떠드는 걸 좋아했던거 같다. 멋진 음악에 대해 주변 사람들에게 처음 이야기 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지기 위해선 그걸 주변 사람들 보다 먼저 듣는게 무엇보다 중요했고 그것이 뭔가 있어보이는 곡일수록 우린 더욱 더 우쭐 할 수 있었다. 자미로콰이라던가, 포티쉐드라던가, 제프버클리라던가... 


 아무튼 그 있어보이는 잉크모니터라는 밴드는 아직도 구글링에 나타나지 않으므로 아마 인코그니토라는 밴드를 말했지 싶다. 그리고 이 기억에는 딱히 확실한 증거가 없으므로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사실은 실제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실제하지도 않는 기억을 실제하는것 마냥 글을 쓸 수도 있다는건 참 어이없는 일이고 이것은 대상에게 일종의 폭력이 될 수도 있다. 그냥 우리중 가장 섣불리 아는척 했던 A의 스무살과, 별반 다르지 않았던 남루한 태도의 나와, 그런 태도를 항상 맘에 들어하지 않았던 B의 잔소리가 고맙게 기억되는 정도라고 이야기 할 수 밖에 없거나 그냥 나는 자주 허구를 쓰거나 말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책은 우리가 자신이라고 느끼는 그 의식이 얼마나 보잘것 없고 작은 부분이며 거기다 일관성을 유지하기도 어렵다고 이야기 한다. 내가 어제의 나와 비슷한 사람인건 운이 좋아서이고 우리는 세상을 딱 생존에 필요한 만큼만 편리하게 해석 할 수는 있으나 전체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적은 한번도 없다고 한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가 없는게 사람은 자신이 보잘것 없는 존재임을 자각할 수록 왜인지 세상에 대해 좀 더 많이 알아왔고 이성적인 사고를 해왔다고 한다. 


 푸루스트는 남들에게는 한없이 관대하지만 자기자신에게 만은 언제나 냉소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어떤 사람을 묘사했다. 그 인물은 작중 내내 일관성 있는 행동을 하고 어린 주인공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이는데 나는 이런 사람을 좋은 사람이라고 이야기 하려 한다. 그래서 나도 내가 나라고 부를 수 있는, 어느 정도는 자각의 영역에 있는 어떤 부분을 너무 신뢰하지 말고 그쪽에 항상 냉소적인 태도를 가지는 일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냉소는 증오가 아니므로 그것을 너무 괴롭힐 필요도 없다고 생각을 하니 이상하게 조금은 위안이 되는 것도 같다. 또다른 잉크모니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나는, 혹은 나의 어떤 부분은 좀 더 많이 의심되어야 하고 그게 힘들어서 유사한 사건으로 보이는 어떤것들에 대해 매사 섣불리 결론을 내는 태도는 그냥 생각하기 귀찮은 거라고, 사람은 생각을 귀찮아 하는 만큼 재미없는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본다.






인코그니토 INCOGNITO

저자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출판사
쌤앤파커스 | 2011-06-01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내 머릿속에 다른 누군가가 있다!”나의 머릿속을, 나아가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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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가 있을떄마나 나는 인코그니토의 Positivity 앨범은 가장 베이스가 아름다운 앨범이라고 떠들고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