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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_어떻게 살것인가

 H와 내가 별로 안친할때 함께 밤길을 걸으며 문득 해본 장례에 대한 이야기, 화장하고 유해는 제주도 바다에 뿌려줬으면 좋겠다. 다녀오는 김에 좋은것도 보고 맛있는것도 좀 먹고 그랬으면 좋겠다. 힘들게 3일장 같은거 보다는 오시는 분들 그냥 시간 맞춰서 식사나 한번 대접 했으면 좋겠다. 가능하다면 식장에선 산울림의 '창문너머 어렴풋이 옛생각이 나겠지요' 가 들렸으면 좋겠다. 그게 어렵겠으면 가사가 담긴 카드라도 주고 싶다.

 

 죽음 이후의 벌어질 사건을 생각하는일, 혹은 나의 장례식을 상상하며 무언가 벅찬 느낌을 가져보는 일은 참으로 부질없고 건방지다. 죽음은 아마 나를 아무것도 아닌 존재, 혹은 존재라고 할 수 도 없는 것이라고도 말할 수 없는... 무언가가 되어버린다고 할 수도 없는 아무튼 지금으로썬 상상도 할 수 무언가로 나를 데려갈거다. 따라서 이런 상상들은 죽음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관심과 슬픔을 누리고 공유하고자 하는 바램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건 오히려 삶과 너무나도 닮아있다. 상황이 이러니 죽음이후를 상상하며 연출되는 장면들은 대부분 사치스럽고 유치하기 마련이다. 앞서 보시다시피,

 

 깊은 죽음의 유혹에서 끝내 살아남은 사람만이 죽어야 할 이유보다는 살아가야 할 이유가 많더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계속된 실패가 힘들어서 못해먹겠고 이젠 하고 싶었던거 하면서 편하게 살고 싶다. 그리고 사실 난 이렇게 저렇게 살고 싶었다고 이야기하는 어떤 착한 남자는 남겨진 동료들의 눈치를 보며 끝내 연대라는 단어를 언급한다. 제목과는 달리 체감적으로 삶보다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2.17배 많이 쓰여 있는 책을 읽으며 나는 그 남자가 꿈꾸던 세상과, 함께 다른 세상을 꿈꾸던 동료의 마지막 선택과, 무엇하나 놓치지 않고 떠들던 우리들의 날카롭고 누추한 눈빛들을 생각했다.

 

 

 


어떻게 살 것인가

저자
유시민 지음
출판사
아포리아 | 2013-03-13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
가격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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