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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아침에,

이틀쯤 힘든밤을 보내고 아침에 나와 운전석에 앉았다. 창문에는 눈 꽃이 피어있었고, 나는 그것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가능하다면 눈 꽃을 없애버리지 않고 출근하고 싶었는데 그것들이 내 시야를 너무 가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는 그것들을 녹여내야했다. 히타가 눈꽃을 녹여내는 사이 나는 살기 위해, 사실은 대충 편하기 위해 출근했다. 눈 꽃 때문에 출근을 못하게 되는 일은 아직 내 상식선 상에서는 벌어지지 않는 일이지만, 그런 나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착한 눈 꽃들은 다 녹아서 없어져 버린 후에도 나름의 흔적으로 남아 주었고, 나는 그것을 보며 남겨진 마음에도 의미가 있는건 아닐까? 하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그런 건 아무런 위로가 되어주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들은 어떤 체념을 가속화하려는 시도를 할 뿐인데 나는 그것들이 무서워 요 며칠 웅크려 있곤 했던 것이다. 나는 눈 꽃 때문이든 슬픔 때문에든 출근을 못하는 사람이 못되었으므로, 그렇게 자주 나만을 생각하는 사람이므로, 아프지 않게 하겠다고 나는 여러번 말했지만, 내 슬픔은 너무도 자주 너에게 청구되었고 마음을 열어버린 대가로 너는 아팠다. 그런 너를 나는 또 슬퍼하고 지나간 시간들은 세상에서 가장 환한 기억이 되어 나를 또 아프게 하지만, 나는 아직 방법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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