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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어떤 밤,

 무언가를 남기고 싶지만 아무것도 남길 수 없는 밤이 당장 어깨에 얹혀있다. 무언가를 남기고 싶지만 아무것도 남길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내가 무엇이든지 간에 명확히 알지 못함이다. 명확히 알지 못함은 내 머리의 바보 같음이 가장 큰 아유겠지만, 그런 바보같음이라도 남기고 싶은 때가 있다. 나의 바보 같음도 나름의 생각을 하지만, 그 여러가지 생각들을 착실하게 화해시켜 또 그 나름대로의 쓰임에 맞게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지는 못하므로, 생각들은 금새 부서지고 무너져 맥락을 구성하지 못하고, 이것들은 그냥 나를 괴롭게 하는 것 말고는 아무런 쓸모가,


 결국 내가 하는 말은 아무것도 아닌게 되고 어쩌면, 당연히, 나도 아무것도 아닌게 되고 따라서 모든건 당장은 아무것도 아닌게 되지만, -여기서도 나는 내가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을때 모든게 따라서 아무것도 아닌게 되는 거라는 건방을 부리고 있음을,- 그런것이라도 보이고 싶은 때가 있다. 오늘도 밤은 깊고 나는 사실 오래동안 지쳐있었고, 위로는 없거나, 있더라도 나를 알아채주지 않아 사실상 없는 것이므로, 그냥 


 이런 것들이 있었더라고, 아무도 듣지 않는 곳에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들을 것이라고 희망하는 자세를 취하는 것을 포기하지는 못하며, 이 모든것들이 아무렇지 않은 척, 하긴 나는 그쪽으로는 충분한 훈련을 받았으니,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이 모두 무너져 버렸으면 좋겠다. 모든게 무너져 내려도 여전히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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