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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심심함_피로사회

 전자책은 참 좋다. 싸고 가볍다. 책읽다가 맘대로 줄치고 메모하고 그걸 다시 목록으로 볼 수 도 있다.

 

 어제는 부서 송년회였다. 송년회 장소는 집과 두시간 떨어져 있다. 부서장의 집과는 한시간도 채 안되는 거리였다. 그걸 계산하고 앉아 있는 나는 아마 성공한 직장인이 되긴 어려울것 같다. 물론 참석하지 않았다.

 

 시험이 이제 50일정도 남았다. 요샌 30분도 아깝다. 퇴근하고 앉아 있는 시간을 매일 기록해 보는데 집청소 미루고 조금만 더 삶을 포기하면 저번주보다 5시간은 더 많이 앉아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성과사회는 긍정성 과잉의 사회로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불가능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따라서 모든 불가능은 나만 불가능으로 인식된다.

 

 자기 착취는 자유롭다는느낌을 동반하기 때문에 타자에 의한 착취보다 더 효율적인 생산성 향상 방법이다.

 

 멀티태스킹이라는 시간관리 기법은 전혀 현대적인 기법이 아니다. 오히려 이것은 수렵사회의 인간의 모습과 닮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때, 깊은 심심함을 느낄때 비로소 사물의 경계가 불문명 해지고 과잉된 자아의 틀에서 벗어나 관조할 수 있다. 머뭇거림, 잠시멈춤과 같은 부정적 계기를 통해서만 우리는 모든 자극에 저항하지 못하고 반응해버리는 무력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것은 결국 어떤 활동과잉보다 더욱 활동적인 상태다.

 

 그래서 요즘은 가끔 일하다가 PC 모니터를 끄고 가만히 있는다. 또 텀블러 가득 커피를 마시면서 다른거 안보고 커피만 마시는 연습을 하기도 한다. 그러고 가만히 있다보면 대부분 깜빡 졸고 만다. 피곤한가보다.

 

 별 신경안쓰고 여친이랑 동키같은 친구랑 조용한 집에서 슈렉같이 살고 싶다. 실제로 그렇게 살려고 공부하고 있다고 하면 기분이 조금 나아지는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바깥의 그들은 이런 나를 영영 못마땅해 할것이다.

 

 

 


피로사회

저자
한병철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2012-03-05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우울증이 지배하는 이 시대에 대한 우아하고도 날카로운 철학적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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