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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쉬운 말의 가사

 B가 결혼을 한다. 중학교때 니 결혼식에는 꼭 사회를 봐주마! 라고 했는데 사회대신 축가를 불러 달랜다. 그것도 노래를 만들어서!! 한 스무번정도 고민을 하고 세번정도 거절을 했지만 B는 포기하지 않았다. 하긴 B는 내 아직 되먹지 않은 노래에 가장 큰 반응을 보내줘왔던 사람이었다. B의 그런 모습은 참 익숙하고 고압다.

 

 요새는 추워서 못하지만 한달전까지만 해도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곤 했다. 편도 18km정도 되는 거린데 중간중간에 꽤 괜찮은 풍경들이 있어줘서 참 좋다. 축가부탁을 받고 한 3일째쯤 자전거로 출근하는 날에 떠오른 가사와 멜로디가 있어 한번 B한테 읽어보라고 보내줘봤다.

 

..

사랑은 아픔속에서도 우리를 알아보게 했고

이제 세상은 우릴 진심으로 받아들여

저무는 하루와 포개진 미소

항상 지켜줄게요. 이제 함께 꿈꿔요.

..

 

 B는 좋다곤 했지만 '아픔속에서'는 우리 이야기가 아니라고 했다. 하긴 결혼식 축가로는 너무 서러운 가사다. 맞지 않는다.. 그래서 정말 노을의 청혼 부르고 결혼식 망치고 창피당해야 하는건가... 하던 중 우연히 노래 한곡을 들었다. 영화 웨딩싱어에 나온 Grow old with you 라는 노래,

 

 

 

I wanna make you smile whenever you're sad
Carry you around when your arthritis is bad
All I wanna do is grow old with you

I'll get you medicine when your tummy aches
Build you a fire when the furnace breaks
It could be so nice growing old with you.
 
I'll miss you, kiss you
Give you my coat when you are filling cold
Need you, feed you
Even let you hold the remote control

So let me do the dishes in our kitchen sink
Put you to bed if you've had too much to drink
I could be the man who grows old with you
I wanna grow old with you

 

 노래도 가사도 참 좋아서 한글로 번안해서 불러야 겠다는 생각, 가창력으로 승부 안해도 되서 좋겠다는 생각, 여러모로 다행이라는 생각들과 더불어 내 가사가 너무 초라하다는 느낌이 들어버렸다. 왜 나는 관절염 걸리면 업어주겠다는 가사는 못쓰는 사람일까? 손쉽고 소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