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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관한 생각_선거에 관한 생각

선거전날 사람들이랑 이야기 하다가 누가되도 같을거라며 박근'해'를 뽑는다고 하는 누군가1에게 나는 이렇게 말했었다. 1번 뽑는 행동이 경제적으로 이득인사람은 진짜 진짜 많이 봐야 10%쯤 될거 같은데 나머지는 왜 그런지 도통 모르겠다고. 그는 어이없다며 나는 이성적인 판단이 없는거냐고 따졌다. 그냥 난 이유가 알고 싶다고 했고 아직까지 뭐 딱히 특별한 이유를 듣진 못했다.

 

앞으로 내가 100년은 저금해야 살수 있을거 같은 아파트를 가진 아버지를 둔 누군가2는 그 시대에 한몫챙긴 우리 조상님들... 이라며 이상한 소리를 했고 누군가1의 편을 들어줬다. 수도권에서 자취하는 보통 직장인 누군가1은 놀랍게도 기분 좋아했다. 반대로 난 기분이 매우 나빠졌으나 친구들과 대화를 하며 그리고 자폐적인 블로그질을 하며 둘을 흉보는거 이외에 할 수 있는게 없다.

 

선거당일 저녁 기어이 당선확실 의견이 나오는걸 보고 짜증나서 티비는 더 못보겠고 그렇다고 다른것도 못하겠고 해서 불끄고 침대로 갔다. 씁쓸한 기분에 왠지 밥먹듯이 책이 읽고 싶어졌다. 책은 사람의 사고가 느낌에 기초한 직관적이고 즉각적인 판단을 하는 부지런한 시스템1과 그걸 의심하고 종합하여 판단하나 게으른 시스템2로 나뉘어 있다고 말하는 책은 우리모두가 시스템 2를 덜 사용하는 인지적 편안함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확실한 인과적 통계들조차 개인적 경험에 뿌리를 박고 있는 오랫동안 지속된 말하자면 시스템 1적인 믿음을 바꾸지는 못한다고 써있었다. 

 

박근혜의 당선소식을 들으며 누군가1, 누군가2, 노인들, 특정지역의 사람들등 매우 광범위한 사람들에게 화가 났다. 또 도무지 이해가 안됐다. 이제 우리의 병원비가 좀 더 싸지거나 실질적인 월급이 올라갈 가능성이 더욱 희박해졌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제 점점 더 소수를 위해 살아가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는 경제적으로 볼 때 모순된 선택을 했다. 하지만 책에 의하면 이것도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은 아니란다. 오히려 사람의 일반적인 특징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제 이해는 되는데 그래서 이제 그냥 화만난다. 폭력이 익숙하고 복종에 거부감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우리들의 시스템1을 자각하는 일은 새삼 슬프다.

 

결혼하고 호주에 있는 B는 그래도 남은 돕고 살자고, J는 소주생각과 더불어 두고 보라고 돈을 많이 번다고 했고 기차타고 대전까지 투표하러 다녀온 H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 겠다는 생각을 더 했다. 나도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열번쯤 더 한다. 이것 역시 시스템1적인 반응일거고 그건 아마 비슷한 시기에 20대를 살아온 우리들에게 오랫동안 뿌리박힌 불안과 경쟁이라는 경험일거다. 그러고 보면 나도 보시다시피 선거를 돈으로 봤다. 쨋든 화가 많이 나지만 본적도 없는 사람들을 원망하는 일은 하지 않으려 한다. 이제 명백한 소수로써 눈치를 봐야겠지만 고민하는 일을 멈추지 않겠다. 정도 말해본다.

 

 

 

 


생각에 관한 생각

저자
대니얼 카너먼 지음
출판사
김영사 | 2012-03-30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2002년부터 기다려왔던 단 한 권의 책, 행동경제학과 인지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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