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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비난적 사고

 요새는 어디가서 말을 잘 못하겠다. 아니면 원래 이야기 같은건 하는게 아닌지도 모른다. 


 며칠전 꽤 오랜 기간동안 탈출을 생각하며 같이 공부하던 회사 사람들이랑 간만에 술을 마셨다. 공부를 하고 시험을 보는 사람이 이제 나밖에 남지 않았으므로 아무래도 공부 이야기는 잘 안하게 된다. 이야기 중간중간 문득 회사생활은 사람을 참 많이 변하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먹을거 먹으며 쓸데 없는 이야기 하던 중간에 정말이지 도대체 이해가 안되는 말을 하는 누군가와 목소리를 높혀가며 이야기를 나누어 봤다. 결국 나는 뭘 모르는 바보가 되어 버린 느낌을 받았고 대화는 별 소득없이 종료됐다. 난 그저 회사가 우리에게 이런식으로 대하는게 내 탓이 아니라고, 일은 다음날에 하거나 안해도 회사 안 망한다고 했을뿐인데,


 매일 매일 단체 카톡방에서 똑같은 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다. 말하자면 좋은 자리로 이직 한 차장님한테 일자리 알아봐 달라고 하는거, 한 1년은 들어온거 같다. 이런걸 대화라고 하고 앉아 있어야 하는건가. 이거야 말로 시간낭비가 아닌가, 그렇다고 눈치보느라 나가지도 못하고 그걸보고 대답하고 앉아 있는 나는 또 뭔가, 하는 생각이 매일 매일 든다. 1년 이면 적어도 100번을 들었을텐데... 면전에서 말도 못하고 이런걸 세고 있는 나는 참 어리석다.


 책을 읽었다는 말도 책이 어땠다는 말도 요새는 너무 부끄럽게만 느껴진다. 독서가 내 인생을 좋게 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책에는 덜컥 답이라고 믿어 버리고 싶은 이야기가 가득 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건 그냥 저자의 권위에 기대서 내 듣고 싶은 거만 듣고 기억하는 행위 였는지 모른다. 아니면 내 듣고 싶은 소리가 많이 써있을거 같은 책만 골라 읽었을 가능성이 높을지도,


 시간을 같이 보낸다는건 여러가지 의미가 있을거다. 그렇지만 확실히 마주앉은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건 좋은 의미가 아니겠다. 내 생각을 이야기 하는 일이 약 80%의 확률로 주위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지금, 사람들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무언가 내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게 정상이다. 책은 항상 비판적 사고를 하라고 한다. 하지만 책에 나오는것 처럼 항상 비판적 사고를 가지고 주변을 대하기에 나는 충분히 보통 사람이라 힘들고 피곤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그저 비난적 사고를 즐겨 하는 얕은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대화는 혼자서 할 수 있는게 아니라는 전제하에 왠만해서는 그냥 다 맞는 말이라고 하겠다고, 이야기는 예상된 수순으로 흘러가는 것 에만 목적이 있다고,  모두가 듣고 싶은말을 듣기 위해 대화한다고 결론지어 본다. 문득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 난 그저 당신들의 생각이 궁금했을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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