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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괴롭

며칠동안 괴로웠다.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일로 나는 끔찍한 꿈을 꾸기도 했고 즐거운 사이에서도 사건들을 생각하며 가슴과 목사이를 답답해 하기도 했고 문득 복수하고도 싶다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선 그러니 간만에 이제 그만 사는 수 밖에 없다고 기어이 생각하기도 했다가.


나와 비슷한 운명의 수많은 사람들의 표정은 없거나 극적이다. 그래서 나는 남들은 이것을 아무것도 아닌것이거나 적어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여길것이라고 추측한다. 하지만 나는 괴롭다. 괴로움은 나에게 가끔씩 반짝이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반짝이는 것들은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다. 혹은 나는 반짝이는 것들을 추구하면서 살아가는 법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 예방한 어떤 반짝이는 삶의 모습들을 훔쳐보며 새삼 놀란다.


물론, 나도 나름 배운게 있는 사람이라 '나는 괴롭지 않다!' 라고 아무도 시키지 않은 웃음을 웃으며 나의 가장 절실한 비명을 그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생각하는 법을 안다. 그래본지가 조금 된것 도 같지만 그래도 중간 정도는 성실했으므로 가능할 일이다. 하지만 내가 그런다면 나는 도대체 누굴 믿을 수가 없는 것이므로 나는 지금처럼 그냥 괴롭다고 해야할 것이다. 때문에 아마 특별한 요행이 생기지 않는 한 당분간 계속 괴로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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