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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와 눈

 직장인인 간수는 생존을 위해 일을 하는 것이고 나에게는 무슨수를 써서라도 지켜내야할 소중한 것들이 있으며, 내 인생에서 선택이라는 은총은 한번도 주어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것이 진실이라면 간수에게 있어 폭력의 행사는 숙명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는 왠지 나쁜 사람이 되기가 싫었다.


 간수는 가족들에게 자신의 숙명을 들키는 것이 싫다. 그래서 그는 특별한 방식의 노력을 한다. 그가 억압해야하는 사람과 사랑해야 하는 사람들의 무리를 엄격하게 구분하고 하루에 두어번씩 그것에 맞춰 자신을 변경시키기로 한 것이다. 때때로 그는 직장에서 끔찍한 일들을 해야했다. 하지만 그는 이제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날에는 그의 무리에게 유달리 사랑스러운 봉사를 하는 것으로 안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노력은 긴 시간 쌓여 그의 무리들은 그가 어쨌거나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고 그다지 사는데 지장이 없다고 생각하는 간수는 기대한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 이라고, 혹은 조금 맛있는 저녁식사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갖춰지는 날이면 이렇게 사는게 유일한 방법이자 성공이라고도 잠시간 당당하게 생각해본다. 이런식으로 일할때만은 양심의 스위치를 꺼놓고 산다면 아무도 내가 가끔은 사람을 숫자로 치환하기도 하고 남의 불행을 어떤 기회와 기쁨으로 생각하기도 한다는 걸 아무한테도 들키지 않을 것이라고, 그래서 퇴근을 하기만 하면 다시 나의 빛나는 양심에서는 사랑스러운 빛이 소중한 이들을 향해 흘러나올 것이라고, 그래서 절대로 나의 사람들은 나의 끔찍함에 대해 비난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비극적이게도 그는 한가지 사실을 알지 못한다. 모든 사람들이, 아니 그가 사람이라고 여기기로한 모든 사람들이 하나같이 그를 가장 사랑스럽고 충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더라도, 또한 그가 제낀 인생들이 하는 모든 추잡한 소리를 무시할수 있는 기교와 논리를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는 절대 안심할 수 없다. 그를 쳐다보는 가장 큰 눈은 그의 안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의 모든걸 살펴보는 그 눈은 그의 이러한 기행을 절대로 모른 척 하지 않을 것 이다. 눈은 특유의 열가지가 넘지 않는 종류의 방식으로 그를 비난할 것이다. 그는 그 눈의 비난과 속죄의 명령을 거스를 수 있는 힘이 없다. 결국 그는 그가 억압한 사람들이 받은 상처만큼의 상처를 받지만 억압을 받은 사람들과는 다르게 자신이 상처받았다는 사실을 쉽사리 알아챌 수 없기 때문에 그의 삶은 점점 더 알 수 없는 것이 되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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