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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해결책_레퀴엠

 세상에는 애써 스스로 그렇게 여기지 않는 한 멋진 일이 없거나 드물고, 더이상 나는 존재 자체로 박수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기억은 언젠가 내가 그랬던 사람이라는 사실을, 혹은 꼭 그랬어야 했다는 좀 더 우울한 사실을 근거로 그것의 추구를 강요한다. 그것에 대한 요청은 일생을 함께하며 끊임이 없고 집요하다. 하지만 아직 시간을 거스를 수 있는 사람은 없으므로 모두는 언제나 풀리지 않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강요당하며 살고 있는 셈이다. 그것의 추구, 말하자면 해결책의 역사는 사람의 역사이며 해결책은 상황에 따라 여러가지의 방식을 가질 수 있으나 어떤 해결책도 영구적으로 지금의 나를 내가 아닌 것으로 만들 수 없으므로 해결책의 유효기간은 문제의 지속성에 비해 터무니 없이 짧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행복한 가운데서도 종종 슬퍼진다. 하지만 어떤 종류의 해결책은 당사자를 특별히 더 슬프게 하는 것 같다.


 그들은 서로를 통해 그것을 잠시나마 돌려받으려 하기 전에, 그렇게 희망을 이야기 하기 전에, 충분히 시간을 들여 서로의 절망을 이야기 했어야 했다. 믿기 위해 더욱 더 불신했어야 했으며 사랑을 말하기 위해 더욱 더 미움을 이야기 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지 못하고 섣불리 상대에게 그것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혹은 상대에게 그것이 되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의 해결책은 그들을 특별히 슬픈사람이 되도록 만들었다. 이렇게 대놓고 고통을 피하고 보려는 사람들을 세상은 그냥 내버려 두지 않는다. 이런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반드시 나눠야 하는 건 유감스럽게도 사랑스러움이 아닐지 모른다.


 



레퀴엠 (2002)

Requiem for a Dream 
8.5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
출연
엘렌 버스틴, 자레드 레토, 제니퍼 코넬리, 마론 웨이언스, 크리스토퍼 맥도널드
정보
드라마 | 미국 | 100 분 | 2002-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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