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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적으로,

 강가의 돌을 연구하는 학자는 부지런히 돌을 백개쯤 골라서 무게를 잰다. 그리고 그것의 평균을 낸다. 결국 숫자를 알게 된 똑똑한 학자는 강가의 돌에 대하여 남들보다 많이 알게 되었다고 기뻐한다. 아마 돌에게 자신의 평판에 대해 신경쓸 수 있는 능력과 오지랖이 있다면 학자의 숫자에서 많이 벗어나는 돌들은 그날 밤 잠 못 이루며 자신의 무게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것이다.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일은 언제나 슬픈 일 이다. 또한 언젠가 불행한 사고로 인해 돌들이 서로를 미워하게 된다면 자신에 대해 굳이 생각할 필요가 없는 돌들은 서로 힘을 모아 그것이 아닌 돌들을 구박할 수도 있을 일이다.


 하지만 강가에는 완벽히 똑같이 생긴 돌이 없거나 통계적으로 무의미 할 갯수로 존재한다. 또 조금만 사실을 주시하면 평균에 정확히 속하는 돌도 희귀하긴 마찬가지다. 학자는 부지런하므로 돌을 하나하나 천개쯤 재보고 그 평균에 속하는 그 희귀한 돌의 모임을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정성들여 고른 자랑스런 돌의 모임이 나머지 돌들을 대표할 수 있는 어떤 특성을 지닐 것 같지는 않다. 만약 학자의 연구가 돌을 알고 싶음에서 비롯되었다면 돌의 무게를 재기 보다는 편한 장소에 자리를 펴고 한 5분쯤 앉아 돌들을 살펴보며 '아, 돌은 참 여러가지 모양으로 생겼다' 고 쓰는 것이 훨씬 좋은 방법이다. 때문에 학자는 애써 돌을 연구한 결과로 인해, 돌을 잘 알게 되기 보다는 돌을 좀 더 모르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리고 절대 의도 하지 않았겠지만 억울하게도 노력의 결과들은 돌들에게 나름의 기준을 부여함으로써 그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도구로써 사용되어지곤 할 것이다.


 티비는 사랑의 모범을 하루종일 사람들에게 보여준다. 티비는 자신을 지속적으로 보아주는 사람의 수가 많으면 많을 수록 힘이 세지므로 아마 그 사랑의 모범은 평균적인 사랑의 모습이 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그 평균적인 사랑의 모습이란건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하더라도 통계적으로 무의미 할 만큼만 존재한다. -티비를 보는 사람들은 그것을 좀 알아야 한다!!- 아무튼 우리는 사랑의 모범을 항상 보고 꿈꾸고 바라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은 그다지 모범적이지도 평균적이지도 않다. 


 때문에 운이 좋아 평균에 속하거나, 조금은 평균에서 벗어나지만 애써 나의 사랑이 평균에 속한다고 우길 수 있는 지혜와 의지를 가진 조금 더 운이 좋은 사람들의 사랑이 아닌 어떠한 사랑은 자주 소외된다. 소외된 사랑의 당사자들은 자연히 자신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고 그래서 자주 슬픈 밤을 보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아마도 소수가 아니겠지만 이상하게 소수로 여겨지며 세상에서 가장 서러운 구박을 당하기도 한다.

 

 나는 평균이 아닌 사랑이 보통 사람들의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그리고 대충 보통사람이므로 평균이 아닌 사람을 평균적이지 않는 방식으로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강가에 나가 돌을 연구해 본적이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돌이든 사랑이든 그것을 관리하고자 하는 무리와 한패가 되어 잘려나간 삶을 무시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도 않다. 사실은 잘려나가고 싶지 않다. 그러므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불꺼진 침대에 누워 좋은 영화를 보고 잠을 조금 설친 후에 일어나 다시 주말 저녁에 좋아하는 노래나 틀어놓고 '아, 사랑은 참 여러가지 모양으로 생겼을지도 모른다.' 고 끄적이는 것이 전부다.





도희야 (2014)

A Girl at My Door 
7.6
감독
정주리
출연
배두나, 김새론, 송새벽, 김진구, 손종학
정보
드라마 | 한국 | 119 분 | 2014-05-22



사랑에 대하여

저자
융C.G.JUNG 지음
출판사
| 2007-07-3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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