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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반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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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적으로 볼때 우린 모두 죽는다고, 어떤 똑똑한 사람은 말했다. 나는 그 사람을 만나본 적도, 그 사람이 쓴 책을 읽어본적도 없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 무슨뜻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아마도 해봐야 아무것도 되지 않으니 모든게 쓸데없는 짓일 뿐이라고 하는 어떤 사람들을 비웃기 위해 했던 말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할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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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내가 언젠가 죽을 것임을 알고, 그래서 아무리 사랑스러운 성공을 지향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결국에는 궁극적인 실패로 끝나게 될 것을 안다. 또한 내가 사랑하던 모든 것들도 오래지 않아 사라질 것을 안다. 사라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나는 끝내 그것들과 접할 수 없는 처지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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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해봐야 바뀌는건 없다. 열정은 언제나 착각이고 세상은 언제나 부조리 할 것이다. 나의 밤은 계속 이런식일 것이고, 바램은 언제나 능력을 세발자국쯤은 앞서 달리고 있다. 이러한 세상에 나는 태어났다. 의지라는 것이 지향점을 향한 어떤 단세포의 정해진 운동이 아닌, 어느정도 군집을 이룬 신경의 작용에 기반한 것이라면 내가 태어나게 된 것도 애초에 나의 의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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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모든것을 시간의 분모로 해석한다면 의미란 없거나 매우 드물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움직인다는 것은 물리적 중력뿐 아닌 감정적 중력 모두에 반항하는 일이 라고 할 수 있으므로 산다는건, 죽음에 반항하는 일이 된다.  그리고 반항에는 생소함과 약간의 무모함, 그리고 유난스러움이 동반되기 마련이다. 물론 아무리 유난을 떨어본들 이길 순 없다. 하지만 한번의 예정된 큰 실패가 있다고 해서 당장의 크고 작은 모든 좋은 것들이 아무것도 아닌게 되는 건 아니다. 어쩔 수 없다고, 쓸데없는 일일 뿐이라고 한 200번쯤 생각해봐도, 배는 고프고, 산책은 즐겁다. 그냥 나는 당장 살고 싶은 마음이 있을 뿐이고, 무섭기 때문에 가능한 죽음에 반항하고 그것을 비웃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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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모범적인 반항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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