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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는 연습을 해야할때?!?!?

 또 밴드이야기, 스무살때 스쿨밴드서 처음 악기를 만져 봤다. 노래하고 싶었는데 멤버가 없어서 베이스를 쳤다. 가끔 노래하며 베이스를 치기도 했는데 이게 참 어렵다. 난 둘다 잘 못해서 노래도 베이스도 다 별로였다. 뭐든 열심히 하는 편이 아니라 둘중 하나만 해도 그냥 그랬을텐데 이도저도 아니게 그맘때를 그리 보낸게 생각해보면 좀 아깝긴 하다. 아무도 없는 연습실서 듣던 음악이나 또 듣고 악기 만지고 하는게 좋아서 학교를 왔음에도 수업에 안가는 때가 많아 학점을 1.5 받아 본적도 있다. 연습실은 9층이었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같은과 여자얘가 '너는 엘리베이터에서 가장 많이보네.' 라고 하던게 생각나기도 한다. 이왕 할거 기타를 쳤으면 좀 더 좋았으려나.. ㅎㅎ 

 

 밴드는 학년제로 운영되었고 스쿨밴드들이 의례 그렇듯 정말 이상한 규율이 많았다. 1학년이 기타 닦아야하는건 그렇다쳐도 특정한 쇼파에 앉을 수 없다던가, 앰프사용은 허락을 받아야 할 수 있다던가, 선배는 맘대로 연습을 빙자해 아무때나 후배한테 노래 시켜보고 악기 시켜보고 잔소리 할 수 있다거나... ㄷㄷ 뭐 이런게 다 있나 싶을 정도로 대부분 말이 안됐는데 이런 분위기를 이용해 고작 몇년 먼저 들어온 선배들은 후배들을 이용해 언제든지 맘껏 우월감을 느끼곤 했다. 물론 그맘때 같이 있던 여러사람들 중에 지금 음악하는 사람 하나도 없다. 친구는 한명있다. 그러고 보면 다들 참 이상했네. ㅎㅎ

 

 어쨌든 나는 선배들이 합주하는걸 듣는게 소리가 성립되는거 자체를 보는게 너무 좋았다. 조금 연습이 되어 내가 직접 합주를 하게 되었을때도 물론 무지 좋았다. 1년이 지나 선배가 되고 거기서 1년이 더 지나 이제 활동 안하는 시기가 올때까지 정말 끊임없이 크고 작은 거지같은 일들이 많았지만 나는 합주가 좋아서 소리나는게 좋아서 끝까지 하긴했다. (당연히 그만 두는 얘들 무지 많았다.) 아마 그맘때 내맘에 구멍이 송송나있어서 가능한 일이었지 않나 싶다.

 

 괜히 열받아 말이 길었는데 요새 참 부진하다. 녹음해놓은 목소리는 점점 더 맘에 안들어 베란다에 방음부스를 하나 들여서 노래연습이나 해야하나 생각하고 , 사실 노래 너무 안하긴 했다. 기타는 10분이상 칠 수가 없다. 말그대로 칠 수 있는게 없어서, 답답해서 기타책하나 샀는데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ㅎㅎ 몇달 정말 감탄하며 잘 가지고 놀던 개러지 밴드느님도 드럼 찍기 정말 귀찮고 이제 보니 음원의 퀄리티가 떨어지는거 같다.

 

 두어달전쯤에 나는 참 신났었다. 가사가 이제 점점 쓰여지는게 좋았고 보여주거나 들려주면 어떤말인지 알아 듣겠다 하는 사람도 몇몇, 또 몇몇은 좋다고 까지도... 개러지 밴드는 정말 잘만든 프로그램이라 내가 일으키고 싶은 느낌의 방향을 충분히 제시해 주었으며 사실은 내가 알고 있는 것 이상을 뽑아내주었다. 하지만 모든것은 금새 낡은게 되어 버렸다. 아무것도 아닌게 되어 버렸다. 이제 합주소리만 들리면 좋다던 고맘떄의 나는, 노래가 만들어 지는게 너무 신기하고 좋아서 어쩔줄 모르던 얼마전의 나는 없어져버렸다.

 

 좀 더 정확하고 선명하게, 보기좋게 그리는 연습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어쩌면 다관두고 그냥 50만원짜리 리시버나 하나 사서 듣고 말아야 하는 때인거 같기도 하다. 한번도 음악에 인생의 의미를 두겠다고 생각해본적 없다. 그냥 뭐가 흘러나오면 주워담아본거지. 내가 음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본적도 없다. 오히려 음악이란말은 참 부끄럽다. 적어도 회사사람들은 몰랐으면 좋겠다. 하지만 오밤중에 공부안하고 최근 살짝 수정하고 있는 노래를 틀어놓은채 변방의 블로그에 이런 글을 쓰고 앉아있는 지금이 행복하지 않다고는 못하겠다. 뭐가 되었든지 어떻게든 흘러가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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