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부족함과 배려함 나는 100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엄마는 50원밖에 가지고 있지 못하다. 엄마보다 나를 사랑하는 나는 100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엄마는 힘든 표정으로 50원을 준다. 나는 50원을 받음으로써 100원이 부족한 사람에서 50원이 부족한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엄마는 내가 원하는걸 모두 들어주지 못한 나쁜 엄마가 되었다. 엄마는 나쁜 사람이므로 나는 나의 50원 없음을 엄마의 탓으로 돌려야 하며 사람들도 나의 50원 없음이 아닌, 엄마의 100원 없음을 비난하게 될 것이다. 나는 100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엄마는 50원밖에 가지고 있지 못하다. 나보다 엄마를 사랑하는 나는 50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엄마는 힘든 표정으로 50원을 준다. 나는 50원을 받음으로써 100원이 부족한 사람에서 50원이 부족.. 더보기
괴롭 며칠동안 괴로웠다.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일로 나는 끔찍한 꿈을 꾸기도 했고 즐거운 사이에서도 사건들을 생각하며 가슴과 목사이를 답답해 하기도 했고 문득 복수하고도 싶다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선 그러니 간만에 이제 그만 사는 수 밖에 없다고 기어이 생각하기도 했다가. 나와 비슷한 운명의 수많은 사람들의 표정은 없거나 극적이다. 그래서 나는 남들은 이것을 아무것도 아닌것이거나 적어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여길것이라고 추측한다. 하지만 나는 괴롭다. 괴로움은 나에게 가끔씩 반짝이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반짝이는 것들은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다. 혹은 나는 반짝이는 것들을 추구하면서 살아가는 법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 예방한 어떤 반짝이는 삶의 모습들을 훔쳐보며 새삼 놀.. 더보기
화분 마트에서 충동구매한 화분이 금방 시들해졌다. 아마도 볕이 잘들지 않는 곳에 화분을 두고 거기다 물도 제때주지 않아서 그럴 것이다. 화분을 죽여본적이 몇번 있어서 아무래도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해가 드는 베란다로 자리를 옮겨 주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화분에 물을 얼마나 줘야하는지를 모르고 있단 사실을 알았는데, 그건 내가 화분을 충동구매할때 담당직원이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으나 화분에는 그 식물의 이름이 쓰여져 있고 나는 컴퓨터를 가지고 있으므로 화분의 생존을 위해 3분 남짓의 시간을 내지 못했다는 것이 조금은 더 사실에 가까울 것이다. 미루어 짐작해 보니, 나는 화분을 키우고 싶었다기 보다는 화분을 사는 기분을 느끼고 싶었나보다. 화분에는 생물이 자라고 있는데 이럴때 보면 새삼 나는 제정신이 아니다... 더보기
어떤 해결책_레퀴엠 세상에는 애써 스스로 그렇게 여기지 않는 한 멋진 일이 없거나 드물고, 더이상 나는 존재 자체로 박수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기억은 언젠가 내가 그랬던 사람이라는 사실을, 혹은 꼭 그랬어야 했다는 좀 더 우울한 사실을 근거로 그것의 추구를 강요한다. 그것에 대한 요청은 일생을 함께하며 끊임이 없고 집요하다. 하지만 아직 시간을 거스를 수 있는 사람은 없으므로 모두는 언제나 풀리지 않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강요당하며 살고 있는 셈이다. 그것의 추구, 말하자면 해결책의 역사는 사람의 역사이며 해결책은 상황에 따라 여러가지의 방식을 가질 수 있으나 어떤 해결책도 영구적으로 지금의 나를 내가 아닌 것으로 만들 수 없으므로 해결책의 유효기간은 문제의 지속성에 비해 터무니 없이 짧다. 그래서 우리 .. 더보기
여름휴가 축복에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지만 사노비로써 사노비법에 정해진대로 연차를 모두 쓸 수 있다는 것도 분명히 축복의 한 종류가 될 것이다. 또한 그걸 다 돈으로 받지 않아도 될 만큼 경제적으로 무능하지 않거나 무심한 것도 포함해서, 혹은 돈으로 받을 수 있다는 점을 포함해서, 다만 이 모든것을 나에게 주어진 축복이자 행운이라고 생각하는 대책없는 비굴함을 전제로, 나는 이번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주일동안 연차를 냈다. 연차를 내기 위해선 연차사유와 행선지를 입력해야 한다. 떄마침 여름이라 연차사유는 하계휴가라고 할 수 있었지만 주말에 있는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도서관에 가기 위해서 휴가를 쓴 것이기 때문에 행선지 부분을 뭐라고 쓸까 고민하다가 그냥 산본동이라고 했다. 승인이 났기 때문에 나는 이번 일주일 동.. 더보기